2012.02.15 04:44

지식인의 서재 이이화(역사학자) 이이화의 서재는 공부방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매달 한 명씩 소개되는 지식인의 서재(네이버). 2월에는 7일에 메일이 왔는데, 이이화라는 역사학자 분이시다.

처음 듣는 분이었다. 역사에 대해, 신채호에 대해 매료되고 그것을 많이 연구하셨다는데, 신채호와 정약용, 박지원 같은 분들에 대한 소개가 있다.
 이 사이트에 등록하고 신청을 하면 매달 선정되신 지식인의 서재에 대한 소식을 메일로 보내준다.


  http://bookshelf.naver.com/story/view.nhn?intlct_no=73






책은 나의 스승이자, 길잡이

나에게 서재는 공부방이에요. 책이 있는 곳이 내가 공부하는 곳이죠. 대학에서 역사학이 아닌 문예창작학을 전공 했기 때문에 역사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했고, 책이 내 길잡이가 되어 주었어요. 교수가 ‘이렇게 역사 공부를 해라’ 라고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었고, 책이 바로 내 스승이었어요. 책이 스승이니까 서재는 내 공부방이 되는 것이죠.

역사가 살아 숨쉬는 집필공간

나는 글을 쓸 때 바로 옆에 참고자료가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해요. 멀리서 책을 찾아 헤매면 연상작용도 안되기 때문에 책 가까이에서 집필을 하고 있어요. 책은 내 나름대로의 분류방법이 있어요.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는 제자가 책에 번호도 매기고 컴퓨터로 정리해주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거절하고, 내 방식대로 역사책, 전기, 문학, 잡지와 같이 대분류로 구분해 놓았어요. 현대적 방식은 아니지만, 훑어보면 대체로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알아요. 특히, 내 서재에는 (사진과 같이) 옛날 책들이 많아서 책 제목들이 눈에 빨리 들어와요. 그래서 지금도 예전 방식대로 책을 찾아서 이용하고 있어요.

잡독(雜讀)으로 시작한 책 읽기

어릴 때부터 ‘책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 라는 선생님의 지도를 받은 적도 없었고, 고학생이었기 때문에 누가 책을 사주거나 방에 책을 쌓아놓고 읽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길가다 버려진 신문이 있으면 주워 읽고, 음란 잡지들까지도 가져와서 읽을 정도로 잡다하게 읽었어요. 그런 잡독 속에서 내 나름대로의 지혜가 생기더라고요. 한때 동아일보에서 논설집과 고전백선을 만드는 일을 했었는데 근현대 명논설들을 읽고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신채호 선생이 쓴 <조선 혁명 선언>은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우리가 독립운동을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끝까지 끊임없이 혁명적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 라는 문장자체가 감동을 주면서 분기를 불러 일으켰어요. 그분의 글을 보면서 ‘나도 앞으로 이런 글을 써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정약용, 박지원 같은 분들의 저작을 읽으면서 현실 개혁 사상에 감동을 받았어요. 모두 인권을 굉장히 존중하고 민족주의 색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그분들의 저작에 심취해서 밑줄을 그으면서 읽었어요.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고, 평생 그 정신을 본받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역사 대중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 역사에 매진해 왔다고 볼 수 있어요. 내가 쓴 책이 100권이 넘는데 거의 대부분이 역사서예요. 나는 나름대로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기 위해 노력을 해왔어요. 어릴 때는 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웠고, 나중에 역사공부를 위해 임창순 선생님 같은 분을 찾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한문을 배웠어요. 왜냐하면 원전을 번역해서 글을 써야하는데 원전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꾸 더 어려운 용어로 글을 쓰게 되거든요. 전공자가 아닌 대중에게 개념어를 많이 쓰면 너무 어려워요. 또 문학적 표현을 많이 빌어서 썼어요. 너무 딱딱한 문장이면 머리에 안 들어오고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문학 공부를 한 것이 역사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역사책을 쉽게 접하게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했어요. 우리는 역사시간에 너무 연대에만 치중해서 태정태세문단세 같은 것을 외우기만 하니까 역사를 재미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는 민족사학의 관점에서 노비의 어려운 처지, 소작인 빈농의 어려운 처지, 여성의 지위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글을 썼어요. 그러다 보니 내 역사서가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더라고요.

실천하는 역사가 참된 역사이다

역사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현실에 대입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학문이에요. 오늘날 분단구조아래에서 극심한 이데올로기 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는 여러가지 과정을 거치며 정착단계에 들어가고 있어요. 이런 때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통일과 진정한 평등적 민주주의로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역사는 관념적이거나 죽은 것이 아닌 실천을 해야 하는 학문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상 사조에 발맞춰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념 속에서는 여성평등을 주장하면서 실제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역사학자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위선이라고 봅니다. 정치 일선에 나가서 행동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기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의지는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중인격자가 되고 마는 것이죠.

내 인생의 책

  • 단재신채호전집
    신채호 | 형설출판사
    처음 역사를 공부하면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여러 저작들을 많이 읽었어요. 이분은 상고사도 쓰고 현대 독립운동에 관련되는 논설도 쓰셨는데, 자주적 역사를 굉장히 강조하셨어요. 그래서 상고사에는 동이족의 활동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민족역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셨던 분이에요. 이 책은 단재 신채호 전집인데 1972년에 나온 책이에요.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글들을 전집으로 묶어서 최초로 낸 책입니다. 이 책에 내가 무척 심취해있었기 때문에 줄을 긋고 보던 흔적이 남아 있어요.
    단재신채호전집
  • 연암집
    박지원 | 신호열 | 돌베개
    일제시대에 연암 박지원의 저작집들이 혹시나 유실될까봐 사람들이 책을 모아서 활자본으로 만들었어요. 이 책은 요즘 도서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책으로 어렵게 입수해서 애지중지하는 책입니다. 이 책에 보면 소화 7년 일제시대의 출판사 구독 신청서가 들어가있어요. 다른 자료들도 많이 있지만 이 책은 소장본으로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책입니다.

    (1932년 활자본으로 간행된 <연암집>을 구하기가 어려워, 최근 출간된 완역판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
    연암집
  • 임꺽정
    홍명희 | 사계절
    임꺽정전은 한국 역사소설 중에서 가장 애독한 책이에요. 이 책에는 민중의 생활도 들어가 있고, 우리의 풍속 언어 같은 것들이 아주 구수하게 표현되어 있고 시기에 맞게 고증이 잘되어 있어요. 그래서 역사를 공부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자료로서도 의미가 있어요. 임꺽정 같은 의적을 통해서 민중의 생활상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어서 세 번 읽었어요. 고등학교 때 쭉 한번 읽고 30대에 또 한번 읽고, 1991년에 내가 임꺽정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출판사에서 이 책을 보내주어서 또 다시 통독했습니다. 그만큼 내가 임꺽정전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한번 읽어보면 재미있어할 책이에요.
    임꺽정
  • 대산주역강의
    김석진 | 한길사
    대산 김석진 선생이 주역 강의를 한 것을 모아서 낸 책입니다. 이분이 주역을 원전과 같이 해석해서 아주 쉽게 현실적으로 풀어놨어요. 단순한 고전 해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주역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풀어준 책이에요. 그래서 지금도 틈틈이 이 책을 보고 있습니다. 금년은 임진년이라고 해서 흑룡이라고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런 미시적인 것을 떠나서 우주와 인간과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살펴볼 때 대산 주역강의 책이 시사하는 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대산주역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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